poem

[스크랩] 같은 이름, 다른 시들 <첫사랑>

orchid mom 2014. 8. 6. 08:59

 

 

 

공사 중인 골목길

접근금지 팻말이 놓여 있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빙 둘러 줄을 쳐놓았다

굳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 선을 넘어와

한 발을 찍고

지나갔다

 

너였다

 

 

첫사랑, 문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첫사랑, 이윤학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첫사랑, 류시화

 

 

 

 

 

 

안개 속에서 부들솜 같은

안개의 입자를 만진다 다시

첫경험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랑이 살그래

바다로 흘러간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잠들어 있던 파도에서 피어나는

꽃숭어리

다시

안개가 덮어준다

 

안개에 밀려 안개가 걷힌다

 

 

첫사랑, 차창룡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첫사랑, 김현태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의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 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첫사랑, 김소월

 

 

 

 

 

 

나를 생각하면

꽁꽁 언 네 마음에 싹이 돋는다 했지

한 술 더 떠, 나는

꽃까지 피었다 했어

 

네 생각하다 보니

수 없는 꽃이 지고

그리움만 열렸는데

내 마음 받아 줄 너는

지금 너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

 

 

첫사랑, 윤보영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해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 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때

이 세상 전부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해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는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 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첫사랑, 김용택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날

첫사랑의 그 시절을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날

달콤했던 그 시절을

 

나는 오늘도 쓸쓸히

아픈 상처 기르고 있네

하루하루 탄식하며

잃어버린 사랑 슬퍼하네

 

누가 돌려줄 수 있을까, 아름다운 날

즐겁던 그 시절을

 

 

첫사랑, 괴테

 

 

 

 

 

 

그 여름 강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를 처음 사랑하게 되었지

물속에 잠긴 발이 신비롭다고 느꼈지

검은 돌들 틈에서 흰 발가락이 움직이며

은어처럼 헤엄치는듯 했지

 

너에 대한 다른 것들은 잊어도

그것은 잊을 수 없지

이후에도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들은 많았지만

그 첫사랑의 강

물푸레나무 옆에서

너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지

 

많은 여름들이 지나고 나 혼자

그 강에 갔었지

그리고 두 발을 물에 담그고

그 자리에 앉아 보았지

환영처럼 물속에 너의 두 발이 나타났지

물에 비친 물푸레나무 검은 그림자 사이로

그 희고 작은 발이

 

나도 모르게 그 발을 만지려고

물속에 손을 넣었지

우리를 만지는 손이 불에 데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

기억을 꺼냈다가 그 불에 데지 않는다면

사랑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 때 나는 알았지

어떤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우리가 한때 살았던 그 곳에

그대로 살고 있다고

떠나온 것은 우리 자신이라고

 

 

첫사랑의 강,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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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기억에 머무르다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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