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바람의 언덕 / 최삼용(바브시인)

orchid mom 2018. 5. 15. 14:50

 

 

 

 

 

바람의 언덕 / 최삼용(바브시인)

 

 

 

 

 

현실과 타협치 못해 흔들리는 삶을 부축하며

머리 식히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데는 없으리

봄을 갈무리 하기도 전에 벌써 가을...

여름은 언제 왔다 갔다는 말인가요?

 


파도의 꽃무늬 위로 소낙비 내리다 그친 날

세상 들여 앉히는 또 다른 방식을 배우려 바다로 나섰습니다

이 기회에 나는 나만의 여름을 버리고

때 놓친 가을을 낚아야겠지요

 


동백 잎들이 헤는 바람의 알갱이들이

아직은 그늘 찾아 타락 타락 내려앉고

바람의 살륙이 행장처럼 행해지는 이곳에서

음계 없는 파도가 부르는 장송가를 듣습니다

 


세상과 빗장을 걸고 한 며칠 파도처럼 울울이 앓다가

낚싯줄의 어신 찌처럼 이리저리 떠돌다가

동백의 꽃 몸 닮아 통 채로 떨어져 내리더라도

이 자리가 내 자리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발자국 하나 둘 사라진 뒤

돌지 않는 풍차에 바람이 밤새도록 울고 가도

바다가 풀어내는 파도의 호곡은 이승에서 못다 한 내 노래라고

못냄이 내 얼굴을 눈물에 끼운 그 사람에게

종언처럼 남겨둘 싯귀 한 줄 적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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