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orchid mom 2019. 4. 15. 10:04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0) 2020.07.13
너에게 띄우는 글 / 정혜인  (0) 2019.06.28
엄마 / 나태주  (0) 2018.11.16
바람의 언덕 / 최삼용(바브시인)  (0) 2018.05.15
푸른밤 / 나희덕  (0) 2018.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