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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10년 2월 27일

orchid mom 2010. 2. 27. 08:39

인생은 기다리는 순간들이 쌓여서 완성되는 것이기도 했으니

기다리지 않는 삶이란 존재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것을,

누군가 내게서 떠나는 것을 백미러로 보게 되었다.

...

지금 양손에 붙들고 있는 핸들을 놓으면,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저 풍경과 다정하게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촉감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결을 쓰다듬으며

감싸 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그런 축복은 허락되지 않는다.

친밀감이 오히려 두려운 세상이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차를 몰고 가다 가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났을 때

차를 버리고 하염없이 걸어서

풍경 저편으로 사라지는 그 순간을...


신경숙 / '자거라 네 슬픔아' 중에서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자신만의 폐허의 공감을 위하여 / 신경숙











 

Veinte anos - Veinte anos




출처 : FREE-ZONE
글쓴이 : gungwool 원글보기
메모 :

음악과 글이 잘 어우러져 있네

조금 슬프지만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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