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언덕 위, 또는 나지막한 들리움 /김정란

orchid mom 2013. 8. 14. 10:18


 

 

 

 

 

 

 

 

 

언덕 위, 또는 나지막한 들리움

 

 

김정란

 

 

 

나는 말들을 넘어선 고적함을 꿈꾸어요

 

한 송이 민들레의 지독한 섬세함 그리고
그것의 생의 결에 완전히 겹쳐지는
바람 오 내가 얼마나 깊이 그 열림을 이해한 것일까


내 가슴의 모든 섬모들이 그 바람을 따라 흔들려요

세상에 둘 곳 없는 흔들림, 의미의 오로라가 그것 위에
천년 전부터 있었던 광휘를 드리워요 내가
외양들의 거의 지워진 마지막 저항에게
손짓해요 쉿 조용히 해 그리고 기다려 봐



나의 존재가 잠깐 파르르 떨어요, 보아요, 내가?
지워진 자리에서 언제? 지금? 아니 천년 전에?
물빛 이슬처럼 자유롭고 순결한 규정되지 않는
윤곽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눈물이 나요 ―안녕



아직은 어스름 저녁 어두운 육체 안에서
망설이고 있지만, 그렇지만 나는 한번 드러난
부재를 잊지 못해요 ―우연한 형태 안에 갇혀 있는―
나는 그것의 이마 또는 눈썹 위에 조용히
내 마른 장작개비 손을 가져다 대어요



그때 얼마나 엷고 부드러운 불이
내 존재의 발치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인지
나는 조금 지워진 내 발목을 내려다보아요



언덕 위, 또는 조금만 벗어난 삶,


흔들림―나지막한 들리움

 

 

 

 

 

 

Solitudine (고독)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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