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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과거로 간다면...

orchid mom 2013. 11. 19. 10:25

 

 

 

 

 

하늘에서 선물이 하나 내려왔다.

이유는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삶에 대한 치열한 고뇌를 하늘이 읽었으리라 여겨진다.

선물은 이러했다.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원하는 어디로 되돌릴 수 있다.

다만 타인의 삶을 고려하여... 타인의 삶을 고려한다는 말은 그들의 삶을 흐트러트릴 일을 벌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우주의 근원을 쥐락펴락 흔드는 일이다. 내 손에 우주를 흔들어버릴만한 힘이 있다는 이 말은 매우 정겨웠다.

어쩃든  타인의 삶을 고려하여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옛적의 그녀와 또 한 번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빙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돌아가고야 말겠어.

선택 사항이 하나 있단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지우고 돌아갈 것인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

그녀를 꼬셔 꺼꾸러트릴 수 있을까하는 설레임은 포기를 해야겠군.

되지도 않을 또 다른 그녀에게 잠못이루는 밤을 치르며 공을 들일 필요가 없겠군.

떠나는 그녀가 내게 뿜어낸 독설을 또 들어야 하나. 바꿀 수는 없다니 또 딴 그녀는 가망이 없군. 이건 아니야. 쩝.

 

기억을 잊고 돌아간다?

설레임과 애틋함 가득한 많은 날들을 보낼 수 있겠지만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고

다시 이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면 한 번 한 짓을 또 한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도 안되는 유치한 짓들을 또 반복하며 살아간다는 게 가치가 있을까?  잊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 고통과 괴로움을 또?

 

과거를 바꿀 수는 없을까요? 

네가 과거를 바꾸는 순간, 주위의 수백 수천의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이 모두 엉켜지게 된다.

이는 우주의 근간을 흔들어 우주적 혼돈과 종말을 야기하는 짓이 되니 그럴 수 없다. 나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늙고 병들어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월을 계속 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선물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냥 남은 길을 가자.

 

가끔 과거로 돌아간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기억을 가지고 간 이들의 공통점은 우울증과 자살이었다.

기억을 가지지 않고 돌아간 이들은 여전히 슬픔과 수고로 찌들어갔다.

 

대체 왜 내게 그런 선물같잖은 선물을 주었느냐고 물었다. 아니 따졌다.

'내가 만든 너희를 내가 아직 잘 알지 못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선물을 덥썩 쥐었던 한 분이 그 기억을 남겼다.

 

네가  시방 가시 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글쓴이 : 꽃 과 성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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