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스크랩] 만월 / 박이화

orchid mom 2013. 8. 28. 11:07

 

 

 

 

 

만월 / 박이화

 

 

누군가 한 달에 한 번

노을처럼 붉디붉은 잉크로 장문의 연서를 보내왔다

미루어 짐작컨대

달과 주기가 같은 걸로 봐서

멀리 태양계에서 보내는 것으로만 알 뿐

 

그때마다 내 몸은

달처럼 탱탱 차오르기도 하고

질퍽한 갯벌 냄새 풍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편지

찔끔, 엽서처럼 짧아지더니

때로는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갈 때도 있다

아마 머잖아 달빛으로 쓴 백지 편지가 될 것이다

불립문자가 될 것이다

 

허나 그것이 저 허공 속 만개한 이심전심이라면

이렇듯 일자 소식 없는 것이 몸경이라면

 

저 만면 가득한 무소식이야말로 환한 희소식

누군가의 말대로 내 몸 이제 만월에 들겠다

 

 

- 박이화 시집 『흐드러지다』 2013

 

 


 

 

 


출처 : 두엄자리
글쓴이 : 조각의top 원글보기
메모 :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극히 그리워지는 날있다  (0) 2013.09.03
[스크랩] 멀리서 빈다.....나태주  (0) 2013.08.29
[스크랩] 안부가 궁금한 사람  (0) 2013.08.26
[스크랩] 가을 길  (0) 2013.08.26
[스크랩] 조건없는 사랑  (0) 2013.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