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poem 2020.07.13
너에게 띄우는 글 / 정혜인 너에게 띄우는 글 / 정혜인 사랑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비록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 poem 2019.06.28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poem 2019.04.15
엄마 / 나태주 엄마 / 나태주 하나의 단풍잎 속에 푸른 나뭇잎이 있고 아기 나뭇잎이 있고 새싹이 숨어 있듯이 우리 엄마 속에 아줌마가 살고있고 아가씨가 살고있고 여학생이 살고있고 또 어린 아이가 살고 있어요 그 모든 엄마를 나는 사랑해요 poem 2018.11.16
바람의 언덕 / 최삼용(바브시인) 바람의 언덕 / 최삼용(바브시인) 현실과 타협치 못해 흔들리는 삶을 부축하며 머리 식히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데는 없으리 봄을 갈무리 하기도 전에 벌써 가을... 여름은 언제 왔다 갔다는 말인가요? 파도의 꽃무늬 위로 소낙비 내리다 그친 날 세상 들여 앉히는 또 다른 방식을 배우려 바.. poem 2018.05.15
푸른밤 / 나희덕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 poem 2018.04.10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 poem 2017.11.09
복서 / 박후기 복서 / 박후기 틈을 노려라 파고들지 않으면 살 길은 없다 아버지는 내게 세상을 파고드는 인파이터가 되라고 주문했다 엎질러진 물처럼 나는 틈만 보이면 깊숙이 파고들었다 갈라진 벽 속으로 들어가 벽이 되었고 링 안으로 걸어 들어가 인생에 등 보이지 않았다 섀도복싱을 하면서 스.. poem 2017.08.03
나무를 꿈꾸며 / 전원책 나무를 꿈꾸며 / 전원책 - 1 - 땅끝에 모여 사는 나무들은 밤이면 걸어다닌다 설레이는 별들 물어린 눈을 뜨면 누가 먼길 떠나는 것일까, 때 이르게 어리는 달무리 이웃들이 등 내달아 길 밝히고 나무들도 컴컴한 숲을 따라 걷는다 아무도 잠깨어 슬퍼하지 않는 밤 반짝이는 햇빛 푸른 하늘.. poem 201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