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버지의 쑥국/ 이향원 아버지의 쑥국/ 이향원 동생의 돌연사를 엄마에겐 알리지 않았다 장례를 다 마친 다음 청심환과 함께 동생이 사고사한 사실을 고해바쳤을 때 아득한 비몽인지 사몽인지 맨 정신이 아닌 것은 확실하였으나 술 한 잔 달라시며 의외로 담담하셨다 내가 울면 니는 더 큰 소리로 울거제? 그래.. poem 2014.04.29
[스크랩] 낙화 - 도종환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꽃이 돌아갈 때도 못 깨닫고 꽃이 돌아올 때도 못 깨닫고 본지풍광本池風光 그 얼굴 더듬어도 못 보고 속절없이 비오고 바람 부는 무명의 한 세월 사람의 마을에 비가 온다 낙화 - 도종환 poem 2014.04.28
[스크랩] 차라리 / 박정만 차라리 / 박정만 이 목숨이 차라리 냇가의 개밥풀꽃으로 하얗게 피어나 한 철만 살다가 핑그르르 꽃바람에 모가지를 툭 꺾고 사라졌으면 뉘우침은 이제 한 잎도 안 남았어 poem 2014.04.14
[스크랩] 상처 / 홍성란 상처 홍성란 온전히 나의 뜻으로 바다는 출렁이고 바람에 실린 향기처럼 너는 떠나 버렸다 꽃처럼 떨어진 꽃처럼 빈 씨방으로 울었다 poem 2014.04.08
[스크랩]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하삼두 그림 들꽃에게 지다 - 복효근 가슴에 유서를 품고 살던 날들이 있었다 지지리도 못나서 나는 네 창가의 시클라멘도 네 가슴의 장미도 되지 못해서 석달도 넘게 우체부가 오지 않는 가문 날 연애도 혁명도 먼먼 날 잡풀 우거진 언덕에서 나를 재운 것은 스물 세알의 아달린이었으나.. poem 2014.04.07
[스크랩] 새벽에 용서를 - 김재진 새벽에 용서를 - 김재진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 poem 2014.04.03
[스크랩]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photo By:Milena Galchina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잔뜩 움켜쥐었다가 제 풀에 놓아 버린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독약 같은 그리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빛을 담아 봉한 항아리를 가슴에 묻어 놓고 평생 말문을 닫은 사람.. poem 2014.04.03
[스크랩] 쉰 살 즈음에 / 임성춘 쉰 살 즈음에 / 임성춘 늙어 가는 것이 서러운 게 아니라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게 더 서럽다 내 나이 쉰 살 그 절반은 잠을 잤고 그 절반은 노동을 했으며 그 절반은 술을 마셨고 그 절반은 사랑을 했다 어느 밤 뒤척이다 일어나 내 쉰 살을 반추하며 거꾸로 세어본다 쉰, 마흔아홉, 마흔.. poem 2014.03.31
[스크랩] 걸림돌/ 공광규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 poem 2014.03.31
[스크랩] 바람에게 묻다 ... 나태주 바람에게 묻다 ...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poem 2014.03.31